우리의 곁 가까이 접해있는 한우,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좋은 일이 있을 때 ‘한우 먹자!’라는 말. 한번 쯤 들어본 적 있으시죠. 이번 Meat 대백과는 일상 속 가까이 접해있는 한우 품종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아봅니다.

한우가 특별한 이유

우리는 왜 한우를 사랑할까?

한우에 관련된 기사 캡쳐
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사회 분위기를 볼 수 있는 신문 기사 / 출처 네이버 뉴스

이토록 사랑받는 한우. 그럼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데요. 언제나 사랑을 받는가 하면, 지난 11월 1일 ‘한우데이’를 맞아서는 한우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누리꾼들의 의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07년 한미 FTA 협상에 따라 한국은 미국산 수입 소고기 개방을 본격화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전국 한우 협회는 2008년 11월 1일, ‘한우의 날’을 공식 선포했는데요. 약 14년간 이어진 한우 데이지만 오늘날 뉴스 댓글란 등에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한우 먹을 가격이면 훨씬 값싼 수입산을 많이 먹을 수 있다, 한우는 기름만 많은 소기 때문에 큰 맛이 없다 등등 ··· 이렇듯 한우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은 크게 갈리기도 합니다.

이렇듯 평가도 의견도 많은 한우. 한우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특별할까요? 누군가의 의견처럼 정말 값싼 육우나 수입산 소고기를 먹는 게 훨씬 더 나을 선택일까요.

설로인은 한우가 특별한 이유를 '품종'에서 찾았습니다. 한우라는 품종이 만드는 시장의 다양성부터 문화과학적 가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 발전 가능성까지.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이번 Meat 대백과를 다 읽고 나면, 다른 건 몰라도 한우 품종이 어떻게 특별한지는 꼭 아실 수 있을 거예요.

한우가 특별한 이유

한우 품종, 문화과학적 가치부터 시장의 다양성까지

2019년 국내 소고기 시장 점유율 그래프: 수입산62.5% 국내산 37.5% 중 상세 미국산 33.2%, 호주산 25%, 중 한우 32.8%, 육우 3%,
실제 한국의 소고기 시장

2019년 기준 국내 소고기 시장을 관찰하면, 육우와 한우 그리고 기타 품종을 포함한 국내산 소고기가 37.5%를 차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수입산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미국산과 호주산을 더한 수입산이 62.5%의 비율입니다. 수입산 소고기의 비율을 제외하면 국내산 소고기 중 한우는 87.5%를 차지하는데요.

한우는 수입산 혹은 국내산 육우에 대비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우수한 품질 덕에 일정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수한 품질을 갖추고 있는지는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고요. 한우라는 품종이 시장에서 일정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첫 번째, 한우라는 고유 품종을 보존한다는 문화 과학적 가치와 두 번째, 소고기 시장의 다양성입니다.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
우선 첫 번째.

한우는 외래품종과 혼혈 없이 순수한 집단, 고유한 유전자 조성을 갖고 있는 고유 품종입니다. 단일 고유 품종을 사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따져도 희소한데요. 많은 해외 품종, 개량종들 가운데서도 한국 고유의 품종으로 보호되고 정식으로 등록되었다는 점에서 문화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농사일을 하던 역우용 일소에서 식용에 적합한 고품질의 소고기를 생산하는 육우로 개량되기까지. 우리는 한우에서 토종 고유 품종을 보존하려는 노력과 이를 나타내는 품질 개량의 결과를 생생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소고기 시장의 다양성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렇듯 한우가 단일 고유 품종이기 때문에, 시장을 독점하며 다양성을 떨어트린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국내 소고기 시장 점유율을 확인했을 때 한우는 오히려,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보다는 수입산 소고기와 함께 존재하며 시장 다양성에 기여합니다.

어린 돼지 두마리
우리가 알고 있는 핑크빛 하얀 돼지는 대부분 'YLD' 종입니다.

좀 더 실감나게 알기 위해 '돼지'로 예시를 들어볼까요. 돼지는 소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국내 돼지 시장은 특정 종인'YLD'가 시장 비율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우라는 단일 품종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없었다면?

검은색 소
우리는 오로지 검은색 (블랙 앵거스) 소만 먹었을 수도 있어요.

소 시장도 돼지 시장과 같이, 한우라는 단일 품종 없이 특정종만이 시장을 독차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가격, 맛에 대한 충족 없이 오로지 한가지 맛의 소 만을 '소고기'라고 인식하고 먹을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한우라는 단일 품종에 대한 니즈와 한우시장의 확장은 수입산과 국내산을 불문하고, 선택의 다양성과 고유 토종 품종을 보존한다는 문화 과학적 가치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우가 특별한 이유

한우 품종의 발전 가능성

그렇다면 한우는 정말 좋은 품종일까요?

한우 품종 특유의 차별성 덕에 국내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선택의 다양성을 넓히며 심지어는 문화과학적 의의도 있다는 것은 명확하지만요. 위에서 언급한 '품질'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한우가 국내산 소 중 가장 많은 비율 (87.5%)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품질차이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이 차별성의 이유에 대해, 설로인이 품종 속 숨어있는 유전자로 답을 찾아봤습니다.

위: 헤어포드 품종, 아래: 앵거스 품종
위: 헤어포드 품종, 아래: 앵거스 품종

품종의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선 당연히 비교 대상이 존재해야겠죠. 우선 한우에 대응할 수입육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있는 육우 품종인 앵거스와 헤어포드 품종이 대표적입니다. 우수한 도체 즉 크고 튼튼한 소를 생산하기 편하고, 빠르게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주요 장점이죠.

회의하는 사람들

이런 수입산 육우와 한우를 맛으로 비교하려는 여러번의 시도가 있었습니다. 평가자들이 실제로 소고기를 먹고 점수를 기입해 맛과 품질을 평가하는 일명 ‘관능평가’ 나 , 식유의 품질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맛 물질 (글루탐산) 의 함량을 분석하는 등 수입산 소고기와 한우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찾아볼 수 있죠.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한우가 수입육보다 우수하거나, 또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한우라는 품종 속에서 차이점을 찾기 위해, 더 명확한 정보로 말하기 위해 고민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조금 색다른 과학적 시점. 한우라는 고유 품종 속 숨겨져있는 '유전 정보학적 관점'에서 한우를 알아볼 수 있었는데요.

유전에 관련된 그래픽

잠깐, 이름만 들어도 지끈한 분야라고 생각하시나요? 약간만 인내심을 가지고 찬찬히 저를 따라와보세요. 최대한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유전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 부모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자식에게도 전해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독자님의 부모가 키가 평균치를 밑돈다면 독자님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겠죠. 이게 바로 유전입니다.

가족사진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닮았다면. 세대를 잇는 유전 덕분이죠.

유전은 DNA에 생물학적 특징이 암호화되며 (이것이 ‘유전자’) 대를 이어 전해지는데요. 특성이 암호화된 ‘유전자’ 에는 보존영역이라는 특정한 구역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당신의 증조할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당신에게도 쌍커풀이 존재한다면? 당신에게 전해진 유전자 중 쌍커풀에 해당되는 보존영역 덕에 쌍커풀이라는 생물학적 특징을 이어받은 덕이죠.

소 앞에서 태블릿을 보는 사람

다시 사람에서 소로 넘어와 봅시다. 소에도 물론 유전자의 고정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한우의 유전자에서 어떤 고정영역이 있는지 확인했더니 풍부한 육즙을 만드는 마블링, 부드러운 식감을 만드는 연도 등 식육의 품질에 영향을 주는 영역이 긴 시간 동일성 높게 보존이 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좋은 유전자가 보존영역이라는 고정된 영역 덕에 유전자에 지속해서 남아있어, 한우의 품질이 대대손손 좋게 유지되는 것이죠!

각주 : 실제 한우와 블랙 앵거스, 홀스타인의 유전자 비교 결과 한우에서는 16개 염색체 고정 영역 발견. 그 중 ACTR3, ARPC2 등 마블링이나 연도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유의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비해 홀스타인에서는 RXRA와 같이 마블링을 저해하는 유전자와 TYR, MC1R등과 같이 털색 관련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했다.

한우가 특별한 이유

한우 품종의 발전 가능성

한우 염색체 안에 맛이 좋은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셨나요?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점을 갖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앵거스나 타 육우 품종도 충분히 개량을 통해 맛 좋은 유전자를 다수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타당한 질문입니다. 한우만 특별한 고정 영역을 갖고 있지는 않죠. 앵거스나 타 육우 품종도 충분히 맛을 좋게 만드는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한우의 발전 가능성을 유전자에서 찾아봤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맛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어야 타 품종과 대비하는 한우 품종의 특별함을 알아볼 수 있을테니까요. 여기에서 조금 더 어려운 개념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복제수 변이' 입니다.

복제수변이특정 우전자 부위에 유전체 정보가
유의미하게 많이 존재하는 것을 뜻함

우수한 품질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고정하기 위해 개량을 오랜 시간 거칠 경우 특정 유전자 부위에 복제수 변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육우, 블랙앵거스나 홀스타인은 한우에서보다 훨씬 많은 유전자 복제수 변이가 있습니다. 200년간 꾸준히 품종 개량이 되었기 때문이죠.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복제수 변이는 맛에 관련된 유전체 정보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해 개량을 거듭한 홀스타인종에서 엉뚱하게도 ‘모질’이나'꼬리 모양' 등 맛 외 요소에 관련한 복제수 변이만이 다수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죠.

앞서 말한 블랙앵거스나 홀스타인에 반해 한우는 품종이 덜 개량되었습니다. 역사가 짧죠. 그런데도 30년 동안 개량되어온 한우는 유전정보학을 바탕으로 봤을 때 식육의 품질에 영향을 주는 영역이 오랜 시간 동일성 높게 보존되어 대대손손 맛이 좋을 가능성이 높고요. 그뿐만 아니라 타 품종보다 개량이 오래 이어지지 않아 복제수 변이가 일어날 영역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맛있어질, 개량될 여지가 있습니다.

각주 : 복제 변이가 나타난 개수는 한우와 블랙앵거스의 교집합이 1,173개, 그 외 영역이 한우 147개 / 블랙 앵거스 1,026개. 한우와 홀스타인의 경우 교집합이 963개, 그 외 영역이 한우 315개 / 홀스타인 648개.

마리당 출하 체중과 1등급 이상 출현율을 나타낸 인포그래픽

또 어느 정도 개량의 질이나 속도에 대해서도 기대할 만한 수준입니다. 1974년 한우의 마리당 출하 체중이 평균 358.8kg이었던 것에 반해, 2020년 11월에는 무려 702.5kg. 두 배 이상 크기가 커졌답니다. 크기만 커졌냐고요? 천만의 말씀. 1등급 이상 출현율도 무려 7배나 오른 수준인데요. 1993년 전체 대비 10.7%에 불과했던 1등급 이상 한우 출현율이 2019년에는 73.9%로 급상승했답니다.

한우가 특별한 이유

정리하자면, 한우 품종은
'이래서' 특별하죠

한우 품종이 특별한 이유.
딱 네 가지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Point 1

한우는 외래 품종과 혼혈 없이 고유한 품종을 간직하고 있어 문화과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Point 2

우수한 품질로 수입산 소고기와 함께 존재하며 시장의 다양성,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에 기여합니다.

Point 3

세계적으로 우수한 품종인 앵거스, 홀스타인 등과 유전적 관점에서 비교했을 때 한우는 다른 종보다 마블링이나 연도 등 맛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유전자가 고정 영역에 '더 많이'존재합니다. 즉 여타 품종에 비교했을 때 최소한 맛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맛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Point 4

30년간의 개량 추이를 살펴봤을 때 그 수준과 속도가 유의미합니다. 더불어 복제수 변이 영역을 확인해 봤을 때 타 육우 품종보다 개량될 영역이 많습니다. 즉, 한우가 이후에도 더 맛있어질 (발전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들판의 소
맛은 물론
문화 역사학적 의미까지 더한 한우.

Meat 대백과의 첫 단추로 ‘한우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택한 것은, 무조건적으로 한우만을 소비하자는 의미에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선택지를 바로 알아보자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한우가 맛있다는 내용을 말하기보다 품종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주관적 평가인 '맛'을 어떻게 객관적인 사실로 입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플레이팅 된 스테이크

고기, 그중에서도 소. 소라는 카테고리에서도 한우가 있어 우리는 더 다양한 선택지, 맛을 접할 수 있는 것이죠. 맛은 물론 품종 속 숨어있는 유전자의 비밀로 입증되어 있고요. 다양한 선택지들 속에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 소비할 만한 가치를 알았을 때 한우를 좋아한다는 한우를 좋아하는 독자님의 취향이 더욱 당신을 나타내는 정체성으로 말미암길 바랬습니다.

한우에 대해 한 발짝 아셨다면,
다음 콘텐츠는 ‘숙성’입니다.

참고자료
  • 한우 유전자 복제수 변이 관련 논문
  • Whole - genome resequencing of Hanwoo (korean cattle) and insight into regions of homozygosity, Mammalian Genome, 2013 24: 151-163
  • Genome-wide copy number variation in hanwoo, black Angus, and Holstein cattle, MC Genomics 2013
보도자료 및 뉴스
  • 한우 유전자 분석으로 개량효과 알아냈다, 농촌진흥청, 2013.08.09
  •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움직임 한우농가 위기고조, 노컷뉴스, 2007.03.29
  • 위기의 한우산업 경기도가 앞장선다, 데일리안, 2007.03.29
  • "벌써 소값 떨어져...FTA 타결되면 우린 어쩌나", 오마이뉴스, 2007.03.31
  • FTA 최후의 순간까지 피말린 쇠고기 협상, 매일경제, 2007.04.01

To Be Continued

저울과 온도계의 바늘이 움직이다 멈추는 모습
‘숙성’

바야흐로 숙성의 시대입니다. 수조 안 가라앉아있는 보랏빛 소고기, 일명 <웻 에이징> 소고기는 더이상 볼거리가 아닐 정도죠. 물론 설로인에서도 많은 제품을 숙성육으로 제공하고 있고요. 우리 삶에 너무나도 가까이 다가온 숙성육.

그런데 이 숙성육, 좋다는 말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은 걸까요? 또 어떤 이유로 이렇게 맛있어지는 걸까요? 다음 Meat 대백과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합니다. 숙성에 대해 추가적으로 궁금했던 사항이 있다면 아래 메일로 질문을 주세요. 대백과라는 이름에 걸맞게, 독자님의 궁금증을 함께 파헤쳐보겠습니다.

채끝과 갈비
숙성이 만드는 마법Edited by 팀 설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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