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고 소고기를 사려 하는데, 너무 다양한 부위들에 당황한 적이 있으신가요? 고깃집에서 보이는 ‘안심’ ‘등심’이 친숙하긴 한데.. 실제 집에서 소고기를 먹으려고 하니, 웬걸 종류가 다양하기만 하죠.
안심, 등심, 채끝, 업진살, 살치살, 부채살, 토시살 ··· 많기만 한 이름들에 ‘저번에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그 부위, 뭐였지..’ 더듬더듬 떠올려 보신 적도 있으실 거예요. 그런가 하면 어떤 부위가 맛있더라, 기억하고 똑같은 부위를 샀건만. 집에서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보시고는 ‘기억 속 먹었던 그 맛이 아닌데?’ 하며 난감해하신 적도 있으실 겁니다.
어느 용도로 어떤 부위를 사야 하는지 어려웠던 경험도 있으실 거예요. “꽃등심이 보통 인기도 많고 비싸니까, 국을 끓여먹어도 맛있겠지?”라는 생각. 고기의 특징, 맛을 갈피 잡지 못하니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오해예요.
부위, 이렇게 다르죠
소의 부위, 어렵지 않아요
다양한 부위, 어떤 특징과 맛이 있는지 한번 짚어두면 앞으로 소고기를 고를 땐 난감하지 않을 거예요. 이번 편은 각 부위가 어떤 맛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알아보는 고기의 부위 시리즈의 ‘첫 번째 스텝’입니다. Meat 대백과 3. 부위, 이렇게 다르죠 - 대분할 편에서는 소의 ‘대분할’ 에 대해 이야기해요. 안심, 등심, 채끝, 양지 등등.. 소의 부위를 특징별로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인 대분할이 무엇인지 알려드리고, 각 대분할 부위별 일반적인 특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0개 부위별로 근육과 지방의 분포도, 운동량 등을 톺아보면 맛에 영향을 주는 부드러운 정도 (연도), 육향 등 ‘아주 대략적인 맛’을 알 수 있어요. 물론 대분할 별 맛은 명확히 이 부위 전체를 통틀어 공통된 맛은 아닙니다. 세부 부위별로 차이가 존재해요.
예컨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안심에서도, 포크로 살짝 눌러도 살코기가 스르르 잘릴 정도로 섬세한 부위가 있는가 하면 근막이 적절히 있어 쫀득한 식감이 부드러운 살코기와 어우러지는 부위가 있듯이요.
이렇듯 대분할 안에서도 세부 분할 별로 편차가 존재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대분할 부위의 기본적인 특징을 안다면 세부 부위의 특징과 맛을 알아가기에 좋고요. 나아가 수많은 고기 부위 사이에서도 독자님의 취향에 맞는 고기를 고르기 한결 쉽게 느껴질 거예요. 나에게 딱! 맞는 고기부위를 찾는 과정의 시작. 설로인 MEAT 대백과와 함께 대분할부터 차근차근 짚어봅시다.
부위, 이렇게 다르죠
한국에서는 소를
10개의 대분할 부위로 나누죠
소고기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면 익숙하게 보셨을 이미지입니다. 해당 이미지는 소를 크게 열 가지 부위로 나눈 대분할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대분할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 소가 나뉘는 과정을 말씀드릴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소가 부위별로 나뉘어, 먹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다듬어져 포장 뒤 도착할 때까지. 소고기는 크게 세 번의 과정을 거칩니다.
생체 → 지육 → 정육
생체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소의 상태’를 뜻하고요. 이 소를 도축 후 머리, 발 내장, 털, 피 등을 제거한 뼈가 남은 커다란 고기를 지육이라 합니다. 이 지육은 목에서 꼬리까지, 반으로 잘라 두 개로 분리한 ‘이분도체’ 그리고 각 도체를 다시 갈비를 기준으로 해 앞다리와 뒷다리로 반씩 분리한 ‘사분도체’로 나누어집니다.
이 상태에서 뼈를 발골하고 다시 부위별로 해체를 거치는데요. 이때 위의 사진과 같이 10개의 부위로 나누는 기준이 바로 대분할입니다. 이 대분할은 부위명은 정부 고시에 의해 소고기 10개 부위로 쓰도록 공인된 내용입니다. (다만 소고기 39개의 소분할 명을 선택적으로 쓸 수 있으며, 또한 타 부위와 혼동되지 않는 선에서 T본 등 고유 명칭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988년 농림부에 의해 처음으로 고시되었고 이후 정밀하게 세분되었죠.
대분할 10개 부위명:목심, 등심, 채끝, 설도, 앞다리, 사태,
갈비, 양지, 안심, 사태
이렇게 10가지로 구분합니다. 해당 열 가지 부위는 두 가지 이유로 나누어졌는데요. 첫 번째는 맛의 차이, 두 번째는 이전부터 이어져 온 관습적인 부위라는 기준입니다. 재밌는 사실 하나. 이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아닙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큰 ‘대분할’은 나눠 팔지만, 각 나라마다 소의 정형, 분할 방식이 다릅니다. 또 문화나 식습관에 따라 선호하는 부위도, 크기도 다르기 때문이죠. 예컨대 미국의 경우 이런 방식의 대분할로 부위를 나눕니다.
한국의 10개 대분할과는 달리 NAMP (북미 육류 가공 협회)에 의하면, 미국은 8개 혹은 9개의 대분할 (Primal cut)로 나눕니다. (Loin이라는 한 개의 부위를 Short Loin, Sirloin 두 가지로 나누는지에 따라 8개 혹은 9개의 대분할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대분할 별 범위도 한국과는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부위, 이렇게 다르죠
대분할 부위 별 특징
우선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점 하나. 지금부터 설명할 대분할 열 개 부위별 특징은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특징일 뿐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각 대분할 부위는 구성하는 근육도 다르고, 그에 따라 운동량도 다르며 지방의 분포 정도나 위치 (근육 내 혹은 근육 사이)도 다릅니다. 심지어는 뼈나 내장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대분할 부위의 특징을 알아보면 아주 대략적인 맛의 차이를 알 수 있죠.예컨대 안심과 등심을 비교했을 때 운동량이 적고 안쪽에 위치한 안심은 등심보다 훨씬 부드럽고, 등심은 풍부한 마블링이 있어 안심보다 훨씬 마블링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듯이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분할 안에서도 다시 각기 다른 맛을 주는 부위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대분할 부위의 평균적이고 대략적인 맛이 반드시 해당 부위의 ‘모든 맛’을 통틀어 나타낸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갈비’라는 대분할 안에서도, 화려한 마블링이 특징인 꽃갈비는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지만 토시살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한 육향이 드러나죠. 이처럼 다양한 제품으로 비교해 보면 하나의 대분할 부위에서도 같은 맛이 아닌 각기 다른 맛을 가진 소분할 부위가 다시 존재하고, 대분할 부위의 특징이나 맛은 소분할 부위의 맛까지는 포괄하기 어려운 평균적인 특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간단합니다. 대분할은 소의 부위를 ‘크게’ 나누는 기준인 만큼, 맛이 포괄하는 범위도 넓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알아두어야 하는 이유는 소를 특징별로 나누는 가장 기본적이고 공인된 기준인 동시에, 다양한 ‘세부 부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스텝이기 때문입니다.
세부부위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 어느 부위가 왜 이 요리에 주로 쓰이고, 어느부위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보다 디테일한 이야기는 다음 Meat 대백과 편에서 차차 설명해 드릴게요.
소의 목 쪽에 위치한 부위입니다. 운동량이 많은 부위로 근육의 결이 등심, 채끝, 안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칠고요. 그렇기 때문에 고기의 씹는 맛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얇게 썰어 구이용, 조리용으로 활용되곤 합니다. 샤브샤브집에서 ‘목심’ 혹은 ‘양지’ 고기로 선택할 수 있을 때가 종종 있죠. 얇게 썬 목심은 지방이 풍부한 양지보다는 살코기의 맛과 씹는 맛을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부위입니다.
소의 등 쪽에 위치한 부위입니다. 근육 내 마블링이 적절히 퍼져있어 육향과 어우러지는 마블링의 고소한 맛이 있고, 구이용으로 조리해 먹을 정도로 부드러움도 보장된 부위입니다.
소의 등 쪽 부위이나, 등심에서 내려온 부위가 끊어진 부분부터 엉덩이 전의 부위입니다. 등심과 비슷한 정도의 마블링, 육향이지만 특유의 사각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마찬가지로 구이용으로 적합하고요. 여러 개의 근육이 어느 정도 비슷한 비중으로 모여있는 등심 부위와는 달리 단일 근육을 중심으로 작은 2개의 근육이 함께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먹더라도 상대적으로 통일된 식감이 특징입니다.
소의 4개 다리 중 앞 쪽, 즉 머리 쪽 2개 다리에서 사태를 뺀 앞다리-어깨 부위입니다. 어깨 부분인 만큼 어깨 운동량이 많아 근내 마블링은 적고, 고깃결이 거칠어요. 근막과 힘줄과 같은 조직이 많아 꼬들 쫀득한 식감이 있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만져지는 갈비뼈가 있죠. 심장을 감싸고 있는 뼈, 갈비뼈의 부위입니다. 일반적으로 갈비뼈에 살코기-지방이 3겹 층을 이루는 조직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질긴 식감을 줄 수 있는 근막을 제거한 뒤에는 풍부한 마블링, 구이용으로 먹어도 무리 없을 정도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진한 육향과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인 부위입니다.
채끝과 등심 아래, 갈비와 우둔 사이의 가장 안쪽 ‘안심’입니다. 소 한 마리에서 2~3%만 나오는 부위지만, 그 어느 부위보다 단연 두드러지는 부드럽고 연한 식감과 진한 살코기의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부드러움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적절한 마블링, 촉촉함, 살코기의 담백한 육향이 있어 구이용으로도 적합합니다.
소의 앞가슴부터 복부 아래쪽까지의 부위로, 지방 및 콜라겐과 많은 부분 결합되어 있는 부위입니다. 운동량이 많은 근육이기 때문에 육질이 단단합니다. 또 피하지방, 근육 간 지방이 많아 꼬들꼬들한 콜라겐 지방을 살려 얇게 썰어 먹거나 (차돌박이) 지방과 살코기가 촘촘하게 겹치는 부위는 특유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구이용으로 즐깁니다. 지방을 걷어낸 살코기 양지의 경우 오랜 시간 끓였을 때 특유의 진한 육향이 우러나오고, 일정한 결대로 찢어져 국물을 내는 요리에 적합합니다.
소의 엉덩이 안쪽 부위인 우둔에 포함하는 살코기 부분입니다. 지방이 적고 살코기가 많으며, 부위별로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부드럽고 고깃결이 고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방의 녹진하고 진한 맛보다는 살코기의 담백한 맛을 살리는 요리에 적합합니다.
소의 뒷다리 중 넓적다리 앞쪽, 위쪽에 붙어있는 엉덩이 쪽, 쉽게 말해 엉덩이 바깥과 허벅지 부위입니다. 우둔과 비슷한 수준의 적당하고 고른 고깃결, 살코기가 많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부 부위에 따라 육즙이 많은 부위, 특유의 살코기 육향이 진한 부위, 연하고 부드러운 부위 등이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마블링, 근간 지방이 적은 대분할 부위입니다. 살코기 특유의 담백한 맛, 쫄깃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스테이크로도 활용됩니다.
소고기 앞 또는 뒷다리 쪽 부위입니다. 소고기의 ‘샅 부분의 고기’라 하던 것이 자연스레 ‘사태’라는 부위 명칭이 되었습니다. 운동량이 많은 다리 부분이기 때문에 근내 지방 즉 마블링은 적고 살코기의 비율이 높으며, 힘줄이나 막 등이 많아 다소 식감이 있어 오랫동안 씹어야 하지만 기름기가 적고 고깃결이 고우며 풍미가 좋아 오랜 시간 끓이는 국, 스튜 등에 활용 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을 모두 낼 수 있어 좋습니다. 양지에 비교했을 때 보다 깔끔한 향이 특징입니다.
- 출처-식육기술교육, 농립축산식품부 · 농협중앙회고기박사 필로 교수가 알려주는 82가지, 주선태
- <소·돼지 식육의 표시방법 및 부위 구분 기준>, 식약처 고시
- NCBA ID Meat Cut Guide.indd (agrilife.org)
- www.angus.org
To Be Continued
고기 부위의 특징, ‘대분할’을 통해 대략적으로 알아봤다면다음은 세부 부위에 대해 알아볼 차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부위 등심!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부위이고, 어떤 세부 부위로 나누어져 있을까요? 등심의 꽃 ‘꽃등심’부터 ‘윗등심’ ‘아랫등심’이라는 세부 부위에서 나오는 설로인의 상품들, 그리고 번개 치듯 섬세한 마블링이 특징인 ‘살치살’까지.
다음 편을 읽으시면 등심에서도 나의 취향에 딱 맞는 고기, 이런 맛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을 특별한 부위도 알 수 있어요. 등심에 대해 추가적으로 궁금했던 사항이 있다면 아래 메일로 질문해 주세요. 대백과라는 이름에 걸맞게, 궁금증을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