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을 따스하게 감쌌던 봄 햇빛이 어느새 따갑게 정신을 불태우는 태양으로 화한 여름이 찾아왔다. 정신이 어질할 만큼 더워진 요즈음, 자연스럽게 여름휴가는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다.

뜨거운 여름보다도 더 작렬하는 열대를 부득불 휴식 삼아 갔던 시기도 있건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에도 이국에 대한 열망은 모든 이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쉽사리 떠나지 못하기에 더더욱 열망은 강해진다.

스치는 바람마저 행복했던 여행지에서의 추억, 언젠가 떠날 버킷리스트에 ‘코로나 이후’의 여행지를 적는 기대감. 당신만이 갖는 그리움이 아니다.

여행 없이 베트남으로
떠나는 방법

베트남 풍경

이번 인사이드 설로인 - 월간 설로인은 돼지와 소를 직화로 구워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인 베트남 BBQ, 껌승&껌보에 대해 다룬다. 혹자는 껌승&껌보가 생소하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이야말로 가장 베트남 다운 음식이라 평했다.

잠시나마 베트남에 적을 붙이고 산 입장에서 감히 말하자면 껌승&껌보는 ‘가장 베트남스러운, 그리고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할 음식’.

베트남에 머물던 어느 날. 껌승&껌보를 점심 식사로 택했다. 야시장 근처, 현지인들이 매일같이 먹는 모습을 보며 무언지 모를 호기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혹여 너무 생소한 맛이면 어떡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은 한순간, 한 입 가득 넣었을 때 느낀 감정은 놀랍게도 가장 한국적인 음식, ‘갈비’였다. 간장 베이스의 달큼하면서도 짭짤한 맛은 익숙하게 입 속에 자리 잡았지만 이내 레몬그라스, 느억맘소스의 이국적인 맛으로 베트남의 맛을 알려줬다.

껌승&껌보

그러나 한국에 다시 돌아와 보니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쌀국수도 아니고 분짜도 아닌 껌승&껌보였다. 주문함과 동시에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던 고기 굽는 연기가 내 마음속에 가득 남았었고, 노상 의자에 앉아 현지인 틈바구니 속 자연스럽게 섞여있던 기억이 이따금씩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껌승&껌보는 베트남의 향수와 함께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으로 남았더랬다.

베트남

베트남 거리

베트남은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니다. 경제적 긴밀한 만큼이나 문화적 긴밀함도 나누고 있는 이곳은, 박항서 감독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한국에도 인상 깊은 나라로 각인되었다.

이번 <인사이드 설로인>에서는 각기 다르게 베트남을 경험한 2인의 인터뷰를 담았다. 설로인 독자에게 베트남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며 나름의 ‘간접 그리움’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번 여름 정신이 아찔한 더위의 베트남을 느낀다면, 나름의 이색 경험이 될 테니.

인터뷰어

설로인 제품들
[강지원]
  •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베트남어를 부전공으로 하며 베트남 하노이에 유학을 다녀왔다.
[Ryan Kim]
  • 설로인 R&D팀 상품개발 매니저이자 호주 르꼬르동블루 출신 셰프. 대한항공 셰프 시절, 베트남 호치민을 비롯한 각국에서 활동했다.

이 둘은 모두 ‘음식’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통해 문화를 이해했다. 타지 생활을 두려워했던 지원이 베트남을 이해하게 된 과정도 베트남 가정식이었다. 다양한 국가를 돌아다니며 여행했던 라이언 Ryan이 요리를 하게 된 것도 또한 각 나라의 음식 덕분이었다.

“지원이 베트남을 이해한 방법, 음식”

음식.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주치는 존재는 사실, 몸속 깊숙이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인 경험을 우리에게 베푼다.

지원이 1년 남짓한 유학 생활 후 베트남을 마음 한구석에 남겨놓게 된 계기에도 베트남 음식은 분명 있었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해 유학을 떠난 지원. 베트남이 아주 초면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가족 여행으로 잠시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 년 남짓한 시간을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분명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도 선뜻 베트남행을 결심한 이유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문화를 흠뻑 담아야 한다는 가치관 덕분이었다.

베트남 음식
강지원 :

“언어에도 문화가 녹아들어 있잖아요. 익숙한 한국어, 또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영어에서 벗어나 베트남 문화 속에서 베트남어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떠난 베트남이 지금은 그리운데요. 돌아보면 이렇게까지 그리워하게 된 계기가 결국 음식이에요. 매 끼니를 베트남 음식으로 접하며 자연스럽게 문화를 이해했습니다.”

베트남 거리

“예컨대 베트남 음식 중 껌승&껌보를 말하고 싶은데요. 베트남 남부, 호치민 음식이지만 제가 머물렀던 하노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어로 ‘껌빈정’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일반 식당에서 찾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음식을 통칭하는 용어인데요. 껌승&껌보도 이 '껌빈정' 중 하나입니다. 쉽게 접할 수 있고 그만큼 베트남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식이죠.”

“아무래도 고기를 밥에 올린 일종의 갈비 덮밥이라, 쌀 문화권이면서 고기를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겐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음식입니다. 이렇듯 껌승&껌보와 같이 일상적인 음식을 먹으며 점차 일상, 문화나 말 등이 모두 포함된 베트남에 스며들 수 있었어요.”

“라이언이 베트남을 만들게 된 계기”

지원이 베트남을 이해한 방법에는 베트남 음식이 한몫했다고 한다. 설로인의 상품 개발 매니저이자 셰프, 라이언에게도 음식은 중요한 매개체이다. 각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을 사랑하는 그에게 음식은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후 셰프라는 길을 택하게 된 것도 결국은, 식음이라는 중요한 경험이었으니.

베트남 거리

베트남을 생각하면 무수한 오토바이 행렬과 함께 자욱한 껌승 연기가 떠오른다는 라이언. 길거리에 오묘한 감칠맛과 함께 퍼져있는 뿌연 연기는 베트남의 일상적인 가정식인 갈비 덮밥, ‘껌승&껌보’를 굽는 향기였다. 배가 고프든 고프지 않든 자연스럽게 식당의 노상 의자에 앉아 한 그릇을 시키게 되는 마법의 향기. 그는 자신이 접한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베트남 현지의 느낌이 물씬 나는 풍경을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베트남 음료와 함께 디스플레이 된 고기
라이언 :

“전 세계 여행을 다니며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각국의 고유한 음식에 묻어있는 문화를 이해하며, 식음이라는 특별한 경험에 엄청난 애정을 가졌어요. 음식과 경험 사이의 연결성을 사랑하는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문화가 녹아있는 고유한 음식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베트남이란 국가는 한국에서도 친숙합니다. 단순히 나라뿐 아니라 문화, 음식도요. 쌀국수, 분짜와 같은 음식은 이미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러나 제가 경험했던 가장 베트남스러운 음식 ‘껌승’ ‘껌보’가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호찌민의 기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자욱한 바비큐 연기가 떠오르는데요. 바로 껌승&껌보를 굽는 연기였습니다.즉 제가 베트남 호찌민을 기억하는 모습은 어쩌면 껌승 그리고 껌보였던거죠.

오토바이로 꽉 찬 베트남 거리

“자욱한 연기와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 그 속에서 가장 일상적인 음식을 시켜 먹는 베트남 현지인들, 그리고 특유의 향긋한 레몬그라스와 느억맘 소스까지. 그 모든 모습이 호치민의 모습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런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제가 기억하는 호치민 - 즉 껌승&껌보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더욱이 한국 사람에게도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상품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달콤 짭짤한 맛이 한국의 갈비와 닮아 익숙하면서도, 한국의 고추장 같은 국민 소스, ‘느억맘’소스를 함께 먹는 음식이기에 가장 베트남 다웠거든요.”

요리를 젓가락으로 집는 모습

“이번에 기획한 [월간설로인] 껌승&껌보 세트에는 느억맘소스를 포함해 베트남에서 자주 사용하는 향신료인 레몬그라스를 넣은 마리네이드 소스, 베트남 전통 피클인 두 추아가 함께 들어갔습니다. 모두 베트남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맛이에요. 동시에 한국인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고요.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정말 그리웠던 추억을 되살리고, 또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감 없이 타국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평소 베트남에 관심을 가졌지만 고수, 향채 등 특유의 향 때문에 쌀국수와 분짜를 익숙히 드시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더더욱요.”

“베트남을 기억하는 그들의 방법”

그들에게 음식은 단순히 끼니가 아니었다. 나라를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었다. 지원은 관광객으로 방문했을 때와 유학을 하며 일상을 살아갔던 때의 가장 큰 차이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이’라고 답했다. 주로 풍경을 보러 온 관광객 시절과는 달리, 로컬 음식점에서 가장 밀접히 삶을 접하며 베트남 사람들이 당연하게 접하는 하루와 이에 녹아있는 문화를 받아들였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베트남 음식을 꾸준히 접한 이유다.

요리된 고기를 젓가락으로 플레이팅 하는 모습

라이언은 지원과 같은 외국에서의 경험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리라고 믿으며 껌승&껌보를 개발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음식을 통해 이국의 문화를 이해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베트남을 고스란히 담으려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 익숙한 맛과 이국의 맛 사이, 중심점을 찾아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기억했던 베트남’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 베트남의 오리지널 피쉬소스를 꼼꼼히 고르고 다양한 맛의 느억맘 소스를 개발했다. 껌승&껌보의 원 레시피와 같이 밥과도 어울리고, 쌀국수와도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제안을 한 것도 물론 노력 중의 하나다.

베트남 음료와 함께 디스플레이 된 베트남 음식

미식은 대체 불가능한 경험의 영역이다. 음식 안에 녹아든 특정 국가의 기후나 문화는 물론이고, 요리를 한 사람의 의도와 마음이 깃들어있기 때문. 이국의 문화를 애타도록 그리워하는 당신께 껌승&껌보를 통해 지원과 라이언이 경험한 베트남을 기억하길, 나아가 당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길 제안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