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요리를 코스 요리로 선보인다. 보통 철판 요리라고 하면 채소, 고기, 면 등을 구워 만드는 야키소바나 오코노미야키를 생각하지만, ‘텟판야키 산고쇼’는 철판 요리를 일본 전통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에 접목해 풀어낸다. 일본 노포에서 가이세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일본 법인 호텔에서 총괄 조리 팀장을 맡았던 이상철 셰프. 그가 이끄는 산고쇼를 찾았다.
Q. 산고쇼라는 이름이 예쁘네요. 공간 분위기도 따스해요.
발음하기 쉬운 일본어를 상호로 정해서 쉽게 느꼈을 거예요. 산호초를 뜻하는 산고쇼(珊瑚礁)는 일본 전통 코스 요리 개념인 가이세키를 철판 요리로 재해석한 음식점이에요. 가이세키를 반영한 만큼 상호나 매장에서 일본이 떠오르길 바랐어요. 해산물인 산호초가 해물 요리가 발전한 일식을 연상하게 하고, 아담한 매장 규모가 일본 노포에 들어선 기분이 들게 기획했죠. 바 테이블에 다섯 석만 놓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유도 프라이빗하면서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함이었어요.
Q. 철판 요리를 가이세키 요리로 풀어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본에 있을 때 가이세키를 배웠어요. 고등학생 시절에 일본으로 유학하러 갔었거든요. 당시에 용돈을 벌려고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요리에 매료됐어요. 오픈 키친에서 일해서 고객을 마주할 기회가 많았는데, 손님이 건네는 칭찬 한마디가, 음식에 만족해 짓는 행복한 웃음이 일에 보람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그때 경험을 살려 고객과 소통하며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철판 요리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그래도 호텔에서 화려한 음식을 만들다가 굽기만 하니 아쉽지 않으세요?
전혀요. 가이세키를 재해석해서 정말 재밌어요. 혼자서 전채부터 국물 요리, 해산물, 고기, 식사, 디저트까지 구상하고 완성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전통적인 가이세키 요리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계절감을 살리고 접시 위에 풍광을 담아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재료의 맛을 음식으로 표현하죠. 이를 하시리(走り), 슌(旬), 나고리(名残)라고 말해요. 하시리는 제철이 시작될 무렵에 재배한 햇것, 슌은 제철 재료, 나고리는 내년에 다시 먹을 날을 기다리며 마지막으로 느끼는 재료를 의미해요. 산고쇼는 슌을 중점으로 계절마다 새로운 코스를 선보여요. 방문한 지 얼마 안 된 단골이 또 올 경우엔 그에 맞춰 다르게 구성해요. 지난번에 로브스터가 나갔으니 이번은 대게로 차리자는 방식이에요. 예약으로 고객을 받아 가능한 거죠.
Q. 철판 요리의 매력이 궁금한데요.
철판에 열이 고르게 전달돼 식재료 표면을 일정하게 달구는 게 큰 장점이에요. 그래서 뜨거운 열이 고기 겉을 빠르게 코팅해 줘서 육즙을 머금게 하죠. 그런데 구역별로는 온도가 달라요. 크게 삼등분으로 구분하는데요. 저를 기준으로 중앙에서는 메인 요리를 하고 왼쪽은 그릇을 따뜻하게 덥히는 용도로, 오른쪽은 레스팅이나 저온 조리할 때 이용해요. 또 철판 요리는 기름에 따라 맛의 깊이가 달라지거든요. 산고쇼는 몇 가지 기름을 배합해 재료 자체의 향을 북돋아요.
Q. 철판에서 잘 굽는 요령이 있을까요?
굽는 방법보다 중요한 게 식재료예요. 저는 요리할 때 고객이 재료 본연의 맛을 보게 하려고 항상 노력하거든요. 맛있는 것도 주요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아~ 이게 소고기구나, 가지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사실 오픈하기 전에 가장 고민한 재료가 고기였어요. 정육점과 여러 업체에서 제품을 받아 테이스팅했는데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설로인을 접했고 언제나 품질이 좋은 소고기를 공급해 계속 쓰고 있어요. 그다음으로는 온도가 중요합니다. 식재료에 맞게 온도를 설정해야 해요. 저는 점차 온도를 높여가며 요리하거든요. 해산물은 고온으로 조리하면 질겨지는 경우가 많아 육류보다 순서를 앞에 두죠. 예를 들어 오늘 소개할 메뉴에서는 햄버그스테이크를 약 160도에서 먼저, 스테이크는 200도 정도에서 익혀요.
Q. 요리를 소개해 주세요.
햄버그스테이크는 손이 많이 가서 단골에게만 내는 메뉴예요. 소고기 다짐육에 저온에서 캐러멜라이징한 양파를 비롯한 채소 세 종을 골고루 버무려 성형한 후 하루 숙성해 내놓죠. 일반적인 재료와 굽는 방식은 조금 달라요. 양면을 적당히 굽고 나서 돔형 뚜껑을 덮어 찌듯이 빠르게 익혀 촉촉함은 배가하고요. 마무리로 체더 치즈를 올린 다음 토치로 그을려 불맛을 입혀요. 인기가 많아 여름부터는 정식 메뉴로 올릴 계획이에요. 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안심 부위인 샤토브리앙으로 선보여요. 예약 시 고객이 주문하면 씹는 맛이 좋은 채끝을 준비할 때도 있죠. 요청에 맞춰 메뉴를 바꿔요. 산고쇼만의 특징이에요. 저는 굽기 전에 매번 식재료를 소개하는데, 마블링이 고른 샤토브리앙을 보이면 고객 대다수가 사진을 찍더라고요. 그때마다 식재료를 열심히 찾아본 보람을 느끼죠. 스테이크는 겉면이 칼로 긁었을 때 탁탁 소리가 날 정도로 양면을 구운 후 손님이 원하는 굽기로 익히다가 버터로 풍미를 더 해요.
Q. 일대일로 서비스하니 만족하는 이가 많겠어요. 향후에는 어떻게 운영할 계획이세요?
일본 식당에서는 손님에게 신경을 쓴다는 의미로 키즈카이(気遣い), 키쿠바리(気配り)라고 자주 말하거든요. 이 말처럼 고객에게 맞춤 요리나 서비스를 제공해 편안하게 맛있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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