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도시의 삶보다
훨씬 불편하고, 좁고, 힘들다.

그러나 캠핑 속 자연은 일상과는 전혀 다른 일탈감을 준다. 에디터가 캠핑에서 찾은 묘미, ‘번거로움’은 익숙하지만 새롭게 일상의 모습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캠핑은 가장 훌륭하되 불편한 탈출, 각자만의 초록빛 평화로 정의된다.

회색빛 도시에서
행복함과 답답함 사이,
자신을 잊을 때

도시의 빌딩

회색빛 도시가 온통 답답하다는 말. 자세히 살펴보면 온전한 진실은 아닐 테다.

깔끔한 검정이라고 하기엔 흐리멍덩하고, 그렇다고 깨끗한 흰색이라 하기엔 어쩐지 미심쩍은 회색. 멀겋기만 한 회색으로 온통 칠해진 애매한 도시지만 우리는 분명 행복을 느낀다. 도심 속 아파트 한 켠 내 집에서 평안함을 느낄 때, 어디든 나를 데려가 줄 대중교통에 편리함을 느낄 때를 떠올려보면 단박에 이해가 갈 테다. 당장 10분이면 온갖 음식이 배달될 도심을 싫어하는 현대인은 없다. 그러나 편안함도 한순간. 손 닿는 곳 있는 도시의 삶을 마음껏 누리는 사람도 어느 순간 진저리 치게 회색빛 도시의 편리함을 지겨워한다.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사람의 뒷모습

지겨움의 가장 큰 이유는 도시에서의 삶이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행복함과 답답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우리는 자신을 잊어가곤 한다. 편안한 회색 세계에서 쳇바퀴 돌듯 반복하는 일상은 숨이 막힐 만큼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고, 반복하는 일상을 가능케 하는 일부에 안주하는 자신이 속해있다는 사실은 벗어날 수 없는 허탈감을 안겨준다.

마치 영화 트루먼쇼 The Truman Show의 일부가 된 것처럼 우리는, 편안함이 주는 행복과 일상성이 주는 답답함 속 자신을 잊어가며 살아간다. 내일이 어제와, 오늘이 모레와 같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품고서.

캠핑은 내게 그런 순간 다가왔다.

가장 훌륭하고 불편한 탈출
번거로움이 주는 생동감으로

고백하건대, 캠핑을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다. 화장실은 저 멀리에, 에어컨은 전무하고, 땀에서 버석하게 올라오는 소금기를 씻으려 하면 샤워실은 만석이기 일쑤. 얇은 캠핑 바닥과 침낭으로 무장한 잠자리는 다음 날이면 꼭 배기기 마련이다. 음식이라도 하려고 하면 온갖 것이 갖추어져있는 주방과는 달리 왜 이리 빠트린 물건이 많은지.

여행을 좋아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도 캠핑에 대한 선호도는 극명히 갈렸다. 어떤 이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캠핑을 못 가서 안달인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사서 고생’이라며 캠핑을 멀리하더랬다.

그러나 어느 꽉 막힌 하루에 도망치듯 떠난 캠핑은 번거로움의 묘미를 알려줬다. 천편일률적으로 듣던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야외의 개운함보다도 생생히 다가온 매력은 ‘번거로움이 주는 생동감’이었다.

야외에서 굽는 고기

단 하룻밤의 일탈, 매일과 같을 줄 알았던 일상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때의 생경함이란. 그저 한 끼를 때울 뿐이던 식사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근사한 바비큐로, 또 잠들지 못해 피로 가득한 손으로 힘겹게 따던 맥주 한 캔이 우리만의 즐거운 이야기를 소곤거리는 촉매제로 말미암을 때의 행복함이란.

식사를 준비하는 내내 몇 번이고 식수대를 다녀오고 물건들을 꺼내며 배는 힘들게 식탁을 차렸다. 그러나 근사하게 구워낸 고기를 보며 탄성을 지르고, 입에서 환호성을 느끼다 보니 번거로움은 곧 값진 수고로움으로 남았다.

캠프파이어

그런가 하면 편리함과는 먼 번거로움에 지쳐버려도 괜찮았다.

나를 위로해 줄 풍경이 캠핑의 어느 곳에나 있었기 때문이다. 힘겹게 텐트를 치고 난 후, 자연 속 오롯이 자리 잡은 나만의 집을 보며 느낀 뿌듯함은 실로 오랜만에 느낀 충만함이었다. 피워놓은 불을 멍하니 바라보면서는 공백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빈 시간이면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 안달 내며 하루를 쪼개 채워왔던 나날들이 어언 먼 과거인 듯. 불씨에 상념마저 뜨겁게 녹아내리니 그제야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쉼’을 솔직히 받아들였다.

두런두런 나눈 대화와 새벽의 끝, 새삼 고개를 들었을 때 빛나는 밤하늘에 감탄하는 순간은 오직 경험해 본 이만이 느낄 수 있는 캠핑의 살아있는 감각이었다.

이 모든 감각을 겪은 뒤에야 나는 ‘캠핑은 가장 훌륭하고 불편한 탈출’이라는 정의에 동의했다.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 초록색 번거로움으로, 번져가던 일상의 지루함 속 하루를 깨닫는 하나의 특별한 경험임을 무엇보다 하루를 보내며 깨달았다.

텐트안에서 바라보는 산
나만의 '초록빛 평화'를 위해

캠핑이 주는 번거로움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생동감을 부여하는지 구구절절하게 말했지만, 어떤 단어로 표현해도 그 푸르름이 주는 특별한 평화를 구현할 수는 없다.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의 목적은 모두 같을 테다. 각자의 초록색 평화를 위해, 캠핑이 구현하는 특별한 일탈감을 느끼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의 하루를 버티고는 또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느껴지는 스트레스, 모든 일이 엎어졌을 때의 탈력감이나 지쳐 쓰러지고 싶은 외로움에 지친 당신에게 캠핑을 제안한다. 극한의 괴로움은 때때로 용기 있게 떠나는 강한 원동력으로 치환된다.

추운 바람보다도 마음이 더 시려오는 어느 저녁이면 초록빛 평화, 캠핑을 떠올린다.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나 무료함에도 캠핑이 주던 번거로운 생동감을 생각하고, 또다시 떠날 내일을 계획하면 마음 한 조각이 다시 푸르르게 빛나기 때문이다.
당신의 치열한 일상 속, 캠핑이 언제나 푸르른 위로가 되길 바라며. 당신의 가장 훌륭하고 불편한 탈출인 ‘캠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