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완성하는 나만의 미식

미식에 대해 논하는 말은 많지만 필자는 얕은 지식으로나마 나름의 가치관이 있다. 바로 ‘새로운 도전 · 경험’이 곧 미식이라는 것. 그러나 이 말은 캐비아나 샥스핀과 같이 누구나 인정하는 희귀한 식재료를 먹는다거나, 누구나 인정할 만한 단골 가게나 값비싼 파인 다이닝에서 근사한 식사를 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미식으로의 도전,
본 매로우 스테이크

알고 있던 맛에서 디테일을 끌어내 맛보거나 다양한 문화권 속 전혀 모르는 식재료를 도전하며 맛보는 경험 또한 미식 중 하나다. 즉 반드시 값비싼지, 레스토랑의 격조가 높은지가 미식의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다. 요리하는 자의 역량을 통해 하나의 식재료를 톺아 맛본다면 재료의 디테일한 맛, 뉘앙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새롭게 경험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미식이고,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맛보며 신선한 경험을 느낀다면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점에서 미식이다.

플레이팅 된 본 매로우

이런 의미에서 미식은 저 멀리 존재하는 이데아적인 환상이 아니다. 당장 집에서 항상 곁에 있던 식재료를 고매한 셰프가 아닌, 바로 ‘당신’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도 미식이다. 오히려 미식을 찾아가는 과정은 내가 직접 이 식재료에 대해 연구하고 도전해 본다는 점에서 더 깊은 경험치와 이해를 준다.

플레이틴 된 스테이크와 본 매로우

본 매로우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그러했다. 생소한 조리법, 국내에서는 요리 ‘본 매로우’ 용으로는 거의 판매하지 않는 식재료. 본 매로우를 파스타, 버거에 곁들여 파는 레스토랑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그 희귀성이나 생소함을 생각해 보면, 집에서 직접 본매로우를 굽는 요리는 일종의 도전이었다. 직접 지글거리는 본 매로우를 굽고, 이것저것 향신료를 넣어본 뒤 느낀 소감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와일드한 미식 세계’. 거칠고 험난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 내가 완성하는 나만의 미식.

본 매로우
생소하지만 사실은 한우의 뼈, 사골

한국에서는 곰탕으로 끓여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즉 굽기 위한 뼈보다는 고아 먹기 위해 적당히 크기를 자른 뼈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일부 서구권에서는 소의 뼈를 구워 골수를 구워 먹는 일명 ‘본 매로우’가 미식 중 하나로 손꼽힌다.

뼈 골수는 진하고, 크림처럼 부드러우며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멋진 소고기향 버터 같은 존재다.
- 고기의 모든 것, 앤서니 푸하라치 & 리비 트래버스 -

고기의 모든 것 Meat, 제대로 알고 바르게 먹는 육류 사전

농장에서 도축, 부엌에 이르기까지. 고기를 연구한 호주의 고기 도매업자 앤서니 푸하리치와 푸드 에디터 리비 트래버스는 본 매로우에 대해 위와 같이 극찬했다. 그런가 하면 코에서 꼬리까지. 고기의 모든 부분을 전부 먹겠다는 철학으로 유명한 영국의 셰프 퍼거스 헨더슨은 토스트와 샐러드를 곁들이는 메뉴를 선보이며 본 매로우를 미식의 영역에 포함시켰다.

냄비에 고기를 넣는 모습
본 매로우 바로알기

감칠맛의 이유는 본 매로우가 단순히 지방질이기 때문은 아니다. 뼛속 들어있는 연한 조직, 즉 골수는 지방이 86%로 대부분이지만, 기존 정육의 지방보다 더 높은 비율의 불포화지방산 (지방 86% 중 69%) 으로 구성되어 있고 단백질이 7%, 콜라겐, 철분, 인, 비타민A, 글루코사민, 티아민, 니아신, 아디포넥틴 등이 함유되어 있어 특유의 맛이 존재한다.

익은 고기를 냄비에서 꺼내는 모습

굽는 방법도 나름의 레시피가 존재한다.
곰탕을 끓일 때처럼 오랜 시간 푹 굽는 것은 금물. 어느 정도의 덩어리 감이 존재할 때가 가장 최적의 상태다. 또 본매로우 (골수) 부분이 직접 팬에 닿기보다는 뼈 부분을 팬이나 열이 닿는 면에 놓아야 한다. 지방이 많은 본 매로우가 직접 팬에 닿는다면 녹아 흐를 수 있기 때문.

일반적인 팬에서는 20 ~ 30분 정도의 조리시간이 가장 적절하다.

나만의 맛이 곧 ‘미식’

다 구워진 본 매로우는 그대로 먹어도, 소금과 후추를 곁들여 먹어도 좋지만 이렇다 할 왕도는 없다. 오히려 ‘고기 버터’ ‘정수’ 등 다양한 본 매로우의 별명을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한 음식과 어울려 먹어보며 나만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을 추천한다.

Editor’s TIP

미식을 찾아가는 당신을 위해,

먹기 전 다시 한번 체크. 잘 구워진 본 매로우는 완전히 녹아 흐르는 형태가 아니다. 일렁이며 부드럽게 흔들거리는 덩어리 감이 있을 때 최적의 상태.

Tip 1먼저 어떤 첨가나 곁들임 재료 없이 본 매로우 그대로 먹어보자. 골수만의 감칠맛과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질감을 느끼면서.

Tip 2평소 좋아하는 향신료를 적당량 첨가해 섞어보자. 충분한 양의 소금을 함께 넣어 취향에 맞게 간을 맞추는 것도 팁.

본 매로우에 소금을 치는 모습
설로인 에디터의 추천 조합
  • 스테이크에 곁들여 먹기 좋은
    소금과 후추
  • 향긋한 맛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움
    로즈마리, 허브류
  • 산미가 이끌어주는 풍미 약간의
    레몬즙과 소금

Tip 3다양한 요리에 곁들여 나만의 조합을 찾아보자. 두툼한 스테이크에 얹어 먹을 때 소 특유의 감칠맛을 다각도로 느낄 수 있다. 쫄깃한 식감에 녹아내리는 고기 버터 본 매로우의 조합이 근사하다. 호방한 뼈와 함께 플레이팅한 스테이크는 마치 우리 집 식탁이 다이닝 레스토랑이 된 듯, 기분 좋은 한 끼를 선사한다.

플레이틴 된 본 매로우
퍼거스 헨더슨의 세인트 존 레스토랑 (영국 런던, 미쉐린 1스타)에서 판매하는 본 매로우, 출처 Flicker

Tip 4본 매로우를 재조명한 셰프 퍼거스 헨더슨의 방식대로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와 레몬즙을 곁들인 샐러드를 소금을 뿌린 본 매로우와 함께 먹어보자. 바삭한 빵에 가볍게 스며드는 본 매로우, 기름의 묵직한 맛을 상큼하게 리프레시 하는 샐러드는 예상치 못한 신선한 조합.